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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추억&잡설

헬스클럽에서 깍두기 아저씨를 만나다

약 10년(보다 조금 전)전에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집에서 가까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그 전에도 다른 곳에서 (뜨문뜨문)운동을 했었는데 전에 운동을 하던 곳의 분위기가 연세가 있으신 관장님과 아저씨들이 많은... 그리고 간혹 그 아저씨들이 친근감의 표시인지 몰라도 시비(?)를 거실 때가 있어서 다른 곳에서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친구들과 집에서 가까운 곳에 함께 등록을 했는데 그곳은 비교적 젊은 여자분이 운영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처음 등록을 하면서 전에 운동했던 곳에대한 이런 저런 험담을 했는데 -_- 그런데... 그런데... 그 여 관장님[각주:1]이 
냐하하~~~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이
XX헬스 관장님이 우리 아버진데

ㅠㅠ 전 결국 딸앞에서 아버지 험담을 한꼴이... 

어찌되었든 등록을 했으니 낙장불입이라 그곳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곳이 생긴지 몇달되지 않았고 새로 지은 오피스텔 건물 지하에 위치했었는데 유난히 체구가 건장한 아저씨들이 많았습니다. -_-
또, 인상들도 보통이 아닌분들도 많았고... 간혹 정장입고 머리를 빡빡민 사람이 찾아와 그 아저씨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고 나가기도 하고 

전 또 '아놔 여긴 또 분위기 왜이래'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러던 어느날 수능이 끝나고였으니 당연히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그날따라 친구들과 함께가 아닌 혼자 운동을 하고 흘린 땀때문에 샤워를 하기 위해 탈의실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그날도 저 말고 다른 '아저씨' 몇분은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옷을 벗고 샤워실 문을 여니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등판 가득 빼곡히 채워진 문신이었습니다. 
샤워실의 김이 슬슬 걷히자 형체가 드러났는데... 호랑이가 절 노려보고 있더군요 ㅠㅠ 
여기서 전 큰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 문을 닫고 나간다. 
2. 옆에서 조용히 샤워를 하고 나간다. 

마음속에서는 1번을 간절히 외치지만... 
'기분나빠 할지도 몰라!!!, 결국 호랑이가 날 물어버릴꺼야'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다소곳히 옆 샤워대에 정위치를 하고 물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호랑이 아저씨가 저를 휙 돌아보며 
야! 거기 틀면 여기 뜨거운물 잘 안나온다. 
라고 '어흥'대시는 겁니다. ㅠㅠ

여기서 저는 또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도 남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겁이 난다 해도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

선택 1. 이제라도 과함히 문을 닫고 나간다. 난 남자니까 
선택 2. 지금 나가면 기분나빠서 호랑이가 날 물지도 모른다. 옆에서 기다리자 ㅠㅠ

그래서 결국 전

 저런 자세로 옆에 다소곳히 서있었습니다. 

샤워실이라지만 겨울이었기 때문에 냉기가 장난이 아니었고 온몸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그런데 그놈의 샤워는 끝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도저히 못참겠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냐는 반발심이 생겼습니다. 

마침 그 분의 샤워가 끝나갈쯤 더이상 참지 못하고 저는!!!!!!!!!!

뜨거운 물을 틀었습니다. -_-

나중에 알고보니 그 오피스텔에 깍두기 아저씨들 사무실이 있다고 하더군요. 아흑... 
그 다음부터 한참을 전 집에가서 씻었습니다. (...응?)
  1. 그때는 트레이너라기 보다 관장님이라는 용어가 더 일반적이었던듯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