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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추억&잡설

바다에서 파도에 휩쓸렸던 경험, 어떻게 살아났을까?

완전 쌩뚱맞은 주제를 한번 들이밀어 봅니다. ^^;;  
요즘 이안류에 대한 뉴스를 간혹 뉴스로 접하고 있는데 저도 이안류는 아니지만 바닷가에 갔다가 파도에 휩싸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음... '나도 ~~ 해봐서 아는데'라는 이야기를 하려니 왠지 기분이... -_-;;

뭐 다들 그러고 놀잖아요?

때는 고등학교 2학년때였습니다. 여름방학에 친구들과 바다에 놀러가기로 미리 약속을 맞추고 보충수업이 없는 며칠동안 속초로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동네 친구들이었는데요 저까지 모두 11명이었습니다. (소풍은 아니었고... -_-)

남자녀석 11명이 대전에서 속초까지 꾸역꾸역 갔습니다. 다시 생각하니 참 우울한데요... 뭐 그때는 참 신나게 갔습니다.  총 3박4일 계획으로 떠났는데 2박3일은 콘도에서 마지막날은 텐트를 치기로 했습니다. 

첫날과 마지막날을 제하면 결국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것은 단 이틀!! 

이튿날 아침에 서둘러 속초해수욕장에 가니 날은 쨍쨍한데 '입수금지'라는 팻말이 붙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줄도 쳐 놓았더군요 --;; 날은 맑았지만 파도가 조금 높다고 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런 황당한 상황에 다들 두꺼비집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한 친구가 "야! 방파제 뒤쪽은 안전요원 없어" 라며 뛰어왔습니다. 저희는 모두 "그러면 안돼, 안전수칙은 지켜야지"라는 말은 접어두고 얼른 뛰어갔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100701135408119


단 이틀밖에 없는 시간, 허비할 수 없었거든요 ^^;; 

뉴스이미지에서 속초해수욕장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좌측 맨 끝에 보이는 방파제가 그것입니다. 문제는 저것 때문이었죠... 

저기를 건너가면 감시하거나 제제받지 않고 물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신나게 물 속에 들어가 놀다보니 어느순간 혼자가 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놈의 방파제... --;;


친구들 보다 조금 더 멀리 나왔다가 해안가로 파도가 쳤다 방파제를 타고 바다쪽으로 돌아가는 물살때문에 쓸려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신나다가 발이 닿지 않고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드니 공포가 확 몰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든 해안가로 가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도통 몸은 앞으로 나가지 않더군요. 도무지 안되겠어서 온 힘을 다해 손을 뻗었습니다. 

이봐 친구들 나 좀 살려줘!!

저 말고 10명이나 되는 건장한 친구들!!! 저는 친구들을 향해 양 손을 겨우 겨우 올려서 흔들고 다시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서 흔들고를 반복했습니다. 

드디어 친구들이 저를 발견하고는 모두 같이 손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아... 이제 살았구나...' 점점 힘은 빠지고 더이상 버틸힘이 없는 찰나였는데 아니 이것들이 손은 흔들고 좀처럼 제 쪽으로 올 생각은 안하는 것입니다. 

소리쳤습니다. '살려줘!! 살려줘!!' 네 이제 친구들은 점프까지 뛰며 손을 흔듭니다. 그런데 제 쪽으로는 오지는 않습니다 ㅜㅜ

그러다 보니 바닷물로 배를 채울 지경이 되고 온 몸이 힘이 빠져서 더이상 무언가를 해 볼 기력이 없어졌습니다. 몸이 바닥으로 쭈욱 가라앉는데... 

이... 이렇게?


끝까지 빠지니 갑자기 발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방파제 때문에 파도에 휩싸였지만 방파제가 곁에 있어서 바닥에 돌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정신없이 바닥을 기어서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분명히 바닥을 무릎과 팔꿈치로 기었던 것은 같은데 기어가기 시작한 때부터 물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의 기억이 없습니다. --;; 뭐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어떤 기분으로 기었는지 말이죠. 여튼 물 밖으로 겨우 나오니 무릎과 팔꿈치는 다 까져서 피가 흐르고...(그런데 물에 빠지면 바닥을 긁게 된다는게 정말인듯 합니다. ^^;;)

저 멀리서 친구들이 막 뛰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숨을 좀 돌리고 물었습니다. "야, 왜 구하러 안왔냐? 그렇게 손을 흔들었는데"


그런데 답은...
"응... 난 니가 신난다고 손흔드는 줄 알고... 우리도 신난다고 흔들었지"


그래서 저는 올해도 바다에는 '안' 가는 겁니다. '못' 가는 것이 아니라... ㅠㅠ 아오..